인문학은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으나 아직 그 깊이가 너무나 얕은 분야이고, 자연과학은 최근 몇 년 사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흔히 우리가 문/이과를 비교하듯 MBTI의 E와 I처럼 굉장히 상대적인 분야로 느껴지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를 끌었습니다. 도정일교수는 잘 모르지만 최근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추천받은 채널을 보면서 관심 있게 지켜보던 최재천교수님의 젊은 시절 모습도 엿볼 수 있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습니다. 이번 독서 리뷰는 "대담"의 순서를 쭉 훑어가며 진행해보려 합니다. 아마 그 범위가 넓어 시리즈로 이어서 리뷰해야 할 것 같습니다.
1. 즐거운 몽상과 끔찍한 현실
초반에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교수가 논문을 많이 발표하지 않는다고 연구비 지급이 중단되었던 사례를 얘기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여전히 아직 멀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연구에 대한 지원 및 투자를 하고 하루 아침에 뚝딱, 진행되길 바라는 우리나라의 사고방식은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까요? 기초학문을 그렇게 속도전으로만 생각하고 홀대하며 강대국을 꿈꾸는 아이러니함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리고 현대인의 적인 삼불(불안, 불쾌, 불만)을 제거하는 새로운 약물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아주 흥미로웠고, 정말 그런 약물이 곧 나올 것만 같아 씁쓸하면서도 기대가 되는 마음이었습니다. 가까운 주변 지인을 포함하여 불안 등의 증세를 겪고 있는 경우도 많고 그런 불안을 스스로 통제하고 제거하기가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점점 과학기술, 의학기술, 신약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의 '소마'같은 존재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되짚어 볼 문제가 등장합니다. "고통과 쾌락은 하나의 머리를 가진 두 몸뚱이"이기 때문에 삼불을 제거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행복을 제거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에 굉장히 공감이 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요즘 SNS 때문에 현대인의 행복도가 많이 떨어졌다고들 합니다. 결국 행복은 비교의 결과일 수도 있고, 상대적인 문제일 수 있는데 삼불을 억제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행복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또 비슷한 결로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진통제와 해열제의 문제입니다.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더라도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투여하는 것이 옳은가, 못 고치더라도 환자가 행복하도록 모르핀을 주어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궁극적으로 병을 고치는 것이 옳은지, 현재의 행복이 옳은지 굉장히 어려운 가치판단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현재와 미래 중 어느 것에 가중치를 두는 사람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대화의 끝은 슬프게도 우생학적 사회의 도래와 그 실현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슬프다고 이야기 한 이유는 우생학이란 어쩌면 인간의 이기심으로 언젠가는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형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 생물학적 유전자와 문화적 유전자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다시 만난다면 어느 지점에서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중심은 어디일까요? 바로 진화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으로 갈라지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진화론을 중심으로 만나질 수 있습니다. 생물학의 진화론과 인문학의 사회진화론을 두고 진화와 진보를 함께 되짚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 생명복제, 이제 인간만 남은 것인가
인간복제와 생명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과거부터 보아왔던 SF소설, 영화 속의 이야기들이 이제 곧 눈앞에 펼쳐질 것만 같은 시기에 인간복제와 생명윤리는 과거와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과거엔 너무나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깊이 있게 들여다볼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과학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는, 과학적 사고가 많이 부족한 사회이기 때문에 저 역시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술이 먼저 들어왔고 이후에 과학이 그 뒤를 따라가는 형국이라 아직 과학이 기술을 쫓아가지 못했기에 더욱 과학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최근 제가 과학에 관심을 두면서 가장 매료되었던 부분은 바로 이 과학적 사고입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다른 책의 리뷰를 통해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4. 인간 기원을 둘러싼 신화와 과학의 격돌
인간 기원에 대한 신화는 제조론과 자생론으로 구분되어 탄생되었다고 도정일교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연과학자인 최재천교수는 인간이 제조되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현재 다윈의 '종의 기원'이후 인간은 탄생된 것이 아닌 진화를 거듭해 인간이라는 종이 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실입니다. 문/이과 구분을 떠나서 모두가 받아들이는 상식 같은 게 되어버렸죠. 도정일교수는 그런 인간이라는 종의 기원이 아닌 신화의 시작을 이야기하고 인간이 스스로 인간의 기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왔는지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인문학이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저라도 머릿속에서 명확히 이론적으로 굳어져버린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비틀어서 생각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이 챕터는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총 13개의 챕터 중 우선 4가지만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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