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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2023_05. "수학자들 -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 독서 리뷰

by 호수의백조 2023.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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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많은 학문이 있고 그 다양한 학자들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지만, 수학자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수학자들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 있다고 하여 그들을 엿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흥미가 일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그 책을 찾아 대여했습니다.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

인상 깊었던 문장들만 남겨두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수학자들을 따로 기록해두지 않아 연결시켜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몇 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먼저는 르네상스 정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회화에 쓰이던 원근법이 전 세계에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개인이 각자 나름의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개인이 자유로운 권리를 누리게 된 것이 르네상스 시대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간 중심의 정신을 되살린 르네상스 정신을 회화의 원근법과 연결시킨 재미있는 관점이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본인의 에세이에서 자신의 짜릿했던 연구경험, 혹은 인상 깊었던 연구 장면을 되짚어 봅니다. 그 맥락의 이야기들이 여러 부분 인상 깊었지만 특히 이 세계에는 아직 배워야 할 진리와 발견해야 할 진리가 가득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는 한 학자는 본인의 연구를 통해 발견하게 되는 연구결과가 초라하면 어떠냐, 초라하더라도 연구자가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순수하게 학문을 즐기고, 행하는 태도가 너무나 놀라웠고 부러웠습니다. 저 정도는 되어야 학자를 할 수 있는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또,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 수 있었던 포인트들도 있습니다. 어느 학자는 '수학을 한다'는 것은 인류가 지닌 가장 중요한 재능이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선조로부터 문화와 문명을 물려받아 후대에 전해주는 것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면, 수학은 그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가장 보편적인 부품이라고 했습니다. 수학은 문화, 국적 등에 상관없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 구절을 보고 나니 언젠가 들었던 수학자들은 외계인을 만나더라도 수학을 통해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얘기가 더 잘 이해되었습니다. 수학자들은 이런 자부심으로 더 열심히 학문의 세계로 정진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수학과 음악을 두고 이야기 한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수학적 논리를 훨씬 잘 이해하는데 사람들은 이런 수학에 대한 감각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죠. 그러나 음악이 귀를 기울인다고 얘기하면 사람들은 잘 이해합니다. 수학과 음악은 서로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화성과 수에 동시에 매료되었습니다. 수학자들 중에는 음악 감각이 탁월한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두 분야 모두 구조에 관한 학문이고 애초에 제시된 것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서로 통한다고 했습니다. 음계를 처음 만든 사람은 수학자 피타고라스입니다. 피타고라스는 음정과 수의 비례관계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학 없이는 음악 이론을 전개할 수 없다고 하고 음악은 소리를 소재로 삼았을 뿐 선율, 화성 등을 수학적인 관계로 파악하는 과학이었다고도 합니다. 음악과 수학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알고 나니 우리가 들었을 때 아름다운 음악, 듣기 좋은 음악 등은 결국 잘 짜인 수학적인 구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학과 더욱 친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학이라는 학문도 세분화하면 너무나 다양한 분야가 있음을 알게 된 내용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2010년 8월 19일 인도의 하이데라바드 대형 호텔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학자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 분야는 해석학, 대수학, 기하학, 확률, 통계, 미분방정식, 논리학, 대수기하학, 기하적 대수학, 거리공간과 초거리공간, 조화해석학, 수의 확률 이론, 모델과 슈퍼모델 발견자들, 경제와 미시경제 이론의 창시자들, 슈퍼컴퓨터와 유전 알고리즘의 고안자들, 이미지 처리와 바나흐 공간의 개발자들 등 그 모습은 마치 천 개의 팔을 가진 위대한 시바 신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감상평

수학자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그 현장의 이야기. 재미있을 것 같다 생각했지만 몇 단어 나오지도 않은 수학 용어에 처음엔 고작 몇 페이지 읽다 졸 뻔하기도 했습니다. 수학은 참 미지의 학문입니다. 학창 시절 수학이란 학문을 배우긴 했지만 문과인 제가 배운 수학이라고는 이미 증명된 법칙들을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암기한 채로 주어진 문제들을 푸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다 증명된 것들인데 수학자들은 무엇을 연구하는 걸까?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수학은 이 세상, 이 우주의 언어이고 그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아직 이 세상은 미지의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수학자들이 이렇게 국적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학문을 교류하고 탐구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습니다. 순수하게 학문을 탐구하는 학자들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평범한 사회인이 보기엔 너무나 고고하고 탐이 나는 모습이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그런 삶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고 살고 싶은데, 그렇다면 나도 무엇이든 그 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몰두하고 연구해 나만의 철학과 이론, 구조를 쌓아 올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언젠가를 위해.

 

그리고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부부의 한 장면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드디어 파리에 도착. 국립도서관(공부가 아주 잘되던 리슐리외가에 있는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낸 아내를 다시 보니 반갑다. 찾던 책과 자료를 구했다며 아내는 신이 났다. 우리는 각자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맛있는 저녁(중세연구자인 아내는 코르동 블뢰 출신이기도 하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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