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에 발표된, 이미 너무나 유명한 '호밀밭의 파수꾼'을 그동안 왜 읽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도서관에서 대여했습니다. 제목은 무수히 많이 들어본 것 같지만 주인공 이름 외에 아무런 기본 정보 없이 책을 펼쳤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줄거리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 본인이 1인칭 서술자가 되어 해설자 역할을 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홀든은 펜시 기숙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입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홀든 콜필드가 뉴욕 일대를 방황하는 3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성적이 좋지도 않고 특별히 가까운 친구도 없고 선생님과 사이도 좋지 않았던 홀든은 낙제를 받고 퇴학당할 위기에 처하자 퇴학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학교를 떠나려고 기숙사를 나와 뉴욕으로 향합니다. 위선자인 어른들, 친구들이 득실거리는 학교를 뛰쳐나왔지만 뉴욕의 술집, 호텔 등 곳곳에 위선자가 있다고, 그는 생각합니다. 그에 환멸을 느낀 홀든은 순수하고 맑은 여동생 피비를 찾아 집으로 돌아갑니다. 부모님 몰래 집으로 들어와 피비와 이야기를 나누던 홀든은 대화 사이에 스스로의 이상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렇게 홀든의 가출은 마무리가 됩니다.
저자 J. D. 샐린저
1949년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집필을 시작하여 1950년 가을에 완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은 1951년 7월에 출판되었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발표되자마자 문단에서 격렬한 찬반양론을 일으켰고, 전 세계적으로 6천만 부가 넘게 팔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놀라운 성공으로 평범한 일상이 어려워진 샐린저는 뉴욕을 떠나 시골로 떠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샐린저는 은둔형 작가가 되었고 2010년 1월 27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기억에 남는 대목
그나마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관계가 좋았던 안톨리니 선생님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던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안톨리니와는 오해인지, 사실인지 모를 유쾌하지 못한 경험으로 관계가 어그러지기는 했지만 이 대화를 나눌 당시의 안톨리니와의 관계는 유쾌하면서 심리적 교감이 있어 보였습니다. 흔히 중고등학생 입장에서는 잔소리라고 여길만한 이야기를 안톨리니는 홀든이 부정적인 쪽으로 자극을 받지 않도록 굉장히 부드럽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식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면 지금 홀든이 인간에 대해 느끼는 당황스러움, 염증, 환멸 등을 이미 먼저 같은 길을 떠난 지식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깨닫게 되면 자극을 받게 될 것이며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들이 남긴 고민의 기록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와 비슷하게 앞으로 다른 사람 또한 홀든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바로 역사와 시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마디 더 덧붙입니다. 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만 세상에 공헌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 밑바탕에 재능과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면 단지 재능과 창조력만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가치 있는 기록을 남기기 쉽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런 사람이 더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학식 없는 사상가들보다 겸손하다고도 말합니다.
안톨리니 선생의 생각은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도 유사하여 더욱 공감이 갔습니다. 세상의 부정적인 일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런 부분만 보고 세상의 그늘에 눌려 살아가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기회가 너무나 아깝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고, 그것을 통해 나의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이 부족하여 저의 생각이 안톨리니 선생님과 결을 같이 한다는 것이 전달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감상평
홀든의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가볍게 홀린 듯이 따라 읽어가는 소설입니다. 홀든의 냉소, 외로움, 괴로움, 짜증 등에 공감하며 굉장히 솔직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한 적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살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본인의 표정과 감정에 가면을 씌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솔직하게 살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홀든은 굉장히 솔직했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간혹 불편을 주기는 했지만 큰 피해 주는 것 없이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어떤 면에서 보면 홀든은 굉장히 현재의 중2병 같은 모습이고, 사춘기를 겪어내고 있는 철없는 학생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나이대에, 그때가 아니면 언제 그렇게 살아볼까 싶어 홀든을 지지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2, 고3정도의 청소년이 뉴욕을 배경으로 방황하는 모습을 훔쳐본 느낌입니다. 세상에 나가기 전 약한 영혼의 청소년에게 어른과 주변 환경이 가하는 폭력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스스로 다치지 않고, 굴하지 않은 채 걸어 나가는 홀든의 성장기라고 이해했습니다.
이 소설이 호불호가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누구는 성장소설의 명작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홀든이 너무 기행을 일삼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어른이 된 홀든이 현재도 그때처럼 단단하게 살아가고 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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