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읽었던 '죽음의 수용소'에서 혹은 다른 인문학 책에서 언급된 '니체'는 너무나 멋있는 명언을 많이 남긴 철학자였습니다. 그가 남긴 주옥같은 문장들을 보며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이런 멋있는 이야기를 던진 배경은 어떤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니체를 읽고 싶었습니다.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니체는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는 철학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허무주의 즉 니힐리즘을 니체는 모든 방문객 가운데 가장 기분 나쁜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그것이 없다면 무기력한 삶으로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뚜렷한 삶의 목표가 없다면 일시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되고 결국 감정의 노예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점점 짧은 쾌락의 순간에 빠지는 도파민 중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화두에 오르고 있는데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는 고전은 어느 시대에나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부분 중 또 하나는 "본능적으로 너무 일찍 '스스로를 알아차리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말한 니체의 메시지입니다. 사람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기에 잠재적 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메시지에 대해서 저자는 우리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청소년기를 보내야 하는데 우리의 청소년기는 입시와 연관되어 일찍부터 삶의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에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돌아보면 굉장히 어린 나이에 목표한 삶의 방향을 설정했던 것 같고, 대학교에 가면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너무 빨리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가능성과 재능이 더 다양하고 많았을 텐데 너무 일찍 다른 방향의 문을 닫아버리고 결정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만약 더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을 했더라면 현재 저는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니체는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이방인이며, 가장 먼 존재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탐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니체는 이런 우리를 꿀벌에 비유합니다. 꿀벌이 자신의 벌통을 향해 날아가듯이 우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집에 무엇을 가지고 돌아갈 것인가'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명사형의 세계에 갇혀 산다고 이야기합니다. 성공, 명예, 돈, 권력 등 물질적인 것을 소유하는 데 관심을 가지는 삶이 명사형의 삶이라고 합니다. 명사형의 세계는 고정되어 있고, 예측과 통제가 가능한 세계인 반면 동사형의 세계는 경험하고 행동하는 삶이라고 말합니다. 동사형의 세계에서는 모든 존재가 생성하고 변화하고 소멸하기 때문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도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은 채 주변의 관심사와 유행 등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휩쓸리듯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SNS가 활발해지면서 더욱 그런 부분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한 관심을 스스로에게 옮겨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얼마나 깊이 고뇌할 수 있는가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
고귀한 인간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으로 니체는 '깊은 고뇌'를 겪어 보라고 말합니다. 깊은 고뇌를 겪은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고뇌 덕분에 가장 현명하다고 큰소리치는 인간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스스로가 사색하는 힘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색하는 시간과 힘이 부족하면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힘들뿐더러 본인만의 생각과 철학을 갖추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이런 고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니체가 강조한 글쓰기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니체는 철학적 글쓰기 방식으로 아포리즘(Aporism) 형식을 선택했습니다. 아포리즘이란 잠언이나 경구, 격언을 의미하며, 자신의 체험으로 깊이 깨달은 진리를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을 추구한 니체였기 때문에 그 많은 명언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사색과 고뇌의 시간을 통해 나만의 아포리즘을 만들어나가고 기록한다면 한 단계 더 고귀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도 마흔 이후 전보다 훌륭한 삶을 살고 싶다면 글 쓰는 방법을 배워보라고 권합니다. 권태로운 일상이 반복될 때 나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난 후, 여행에서 오감으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글로 표현해 보라고 합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어쩌면 비슷한 노력일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나만의 언어로 기록해 보는 것, 이것을 통해 저도 전보다 더 훌륭한 삶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메멘토모리(Memento mori)
마흔에 니체는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신념, 이념, 가치들이 과연 신뢰할만한 것인지 의심해 보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질문을 바꿔 다르게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바꿔, 왜 우리가 그것을 진리라고 생각하는지 돌아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라고 권했습니다.
그리고 삶을 사랑하기 위해 열등감을 극복하고 스스로 생각의 주인이 되라고 강조했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오누이와 쌍둥이 같은 존재라고 받아들이고 죽음을 생각하며 살라고 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의 의지가 더 타오르게 되죠. 그렇게 죽음을 생각하며 삶을 사랑하라고 니체는 얘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을 어떻게 여행할것인가? 세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망각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고도 얘기합니다. 괴롭고 슬픈 일에 대한 기억은 때로 잊히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도 같습니다. 늘 좋은 일만 있고 행복할 수만은 없지만 최대한 좋은 기운과 기억을 남기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생각들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글로 남기라고 강조합니다. 반복해서 '글을 남기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문장을 적는다는 것은 생각이 한 번 더 걸러지는 작업이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다듬어지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글쓰기는 생각, 고뇌, 사색 등과 일맥상통하기에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짜임새가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돌아보게 되는 역할이 큰 것 같습니다. 인생 여행의 세 번째 방법은 예술을 활용하여 위로받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라는 것입니다. 음악, 미술, 영화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예술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전시회나 음악회 등을 특별히 찾아 경험할 수 있는 예술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쁜 일상과 풍요롭지 못하다는 핑계로 예술을 많이 포기하고 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변에 찾아보면 부지런만 떨면 접할 수 있는 무료 전시회도 많고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예술을 경험하고, 본인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고 또 중요한 문제라고 점점 더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세 가지 자본 중 문화 자본에 대한 내용도 점점 더 많이 공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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