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재미있게 봤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ssays in Love"를 시작으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 알랭 드 보통이 2008년 영국 런던에서 문을 열었다는 '인생학교'. 알랭 드 보통을 중심으로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강연과 토론,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섹스, 돈, 일, 정신, 세상, 시간 등의 주제에 관해 근원적으로 탐구하고 철학적 사유를 제안하며 펴낸 책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인생학교 시리즈는 우리 집으로 들어온 지 몇 년 되었으나 선뜻 손에 잡히지는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로 긴 이동을 할 일이 있어 가방에 인생학교 시리즈 한 권을 챙겨 넣고 출발했습니다.

저자 존 폴 플린토프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존 폴 플린토프는 <파이낸셜 타임스 Financial Times>, <선데이 타임스 Sunday Times> 등에서 수년간 취재기자로 일했고 다양한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해 왔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예술가, 정치가뿐만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한 평범한 사람들 또한 무수히 많이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기사로 상도 몇 번 받았고, 영구 정부의 정책을 바꾸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2012년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톨스토이와 간디
톨스토이와 간디가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습니다. 동인도회사의 인도 예속을 설명하면서 톨스토이가 영국인이 인도인을 노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인도인들 스스로 노예가 된 것이 아니냐는 서신을 써 보내왔고 그를 통해 간디는 복종에서 자기 존중과 용기를 내 정신적인 변화를 이루어야 하고 주체적인 인식을 가져야 하며 이 복종과 타협을 멈출 수 있다는 의지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비폭력저항운동을 시작한 간디가 연설한 내용에서 그의 기개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노예가 자기 자신이 더 이상 노예가 아니라고 결심하는 순간, 그의 족쇄는 끊어질 수 있습니다..."
"자유와 노예는 정신적인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자기 자신에게 해야 할 첫 번째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더 이상 노예의 역할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식민지를 겪으며 톨스토이가 한 말과 비슷한 말들을 들었고 그런 아픔이 있는 민족으로서 더 마음에 들어오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 간디 모두 유사한 내용을 담고있지만 표현의 차이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더 움직이는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는 대단한 업적을 남긴 대문호이긴 하지만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은 간디가 더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간디의 말에 '노예'라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의 상태를 끼워 넣어도 대부분 말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스스로 정하는 상태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간디가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는 것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죽음에 관한 인식
죽음에 관한 분명한 인식이 우리의 정신을 집중시켜 줄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직 죽음 혹은 그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인생에 끝이 있다는 것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고 명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혼자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어떤 인간의 모습으로 남고자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 끝을 생각하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역설적이게도 '죽음'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어떤 모습으로 생을 마무리 짓고 싶은지 등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내가 그리고 싶은 내 삶의 모습이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갓생 살기가 유행이고 저도 누구보다 더욱 근명 성실하게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갈고닦는 이유가 바로 이것과 결을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내기 위해서는 더욱 열심히, 꼼꼼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기부하기 Giving What We Can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토비 오드Toby Ord교수의 기부에 대해 접근하고 실현시키는 방식이 재미있고, 미천하지만 작게나마 저도 기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https://www.givingwhatwecan.org
Giving What We Can Community: Maximise your charitable impact
Want to make a difference? Join our effective giving community. Donate to effective charities. Take a giving pledge. Learn about high-impact philanthropy.
www.givingwhatwecan.org
오드 교수는 우리가 얼마나 잘 사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이 사이트를 통해 본인이 얼마나 부자인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대부분 놀란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리 주변의 친구나 가까운 동료들과 비교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얼마나 여유로운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드는 이 사이트에 불공평한 배분에 대한 데이터를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인 여유는 사실 우리의 노력으로 얻은 것도 있겠으나 우리가 그 부를 누릴 만한 적시적소에 태어났기 때문에 얻어지는 것들이 다수이고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한 배분을 해결하고자 조금씩 힘을 보태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기부라는 것이 사실 부담이 적지 않은 일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라도 물질적인 풍요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내 풍요를 조금 남에게 나눠주며 나도 모르게 기회비용을 따지게 됩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이 돈으로 내가 살 수 있는 것, 내가 누릴 수 있는 것 등... 그것을 포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기부에 인색한 것일 텐데, 오드의 말처럼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풍요는 과연 나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안정과 다수의 행복을 위해 나보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환경에 내던져진 이들을 둘러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게나마 힘을 보내고 그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 행복도 또한 올라간다면 결국 모두가 좋은 일일 겁니다. 그렇게 작게나마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시작만 했을 뿐이지만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고 기특하며 기쁩니다.
감상평
끊임없이 다양한 변화가 필요한 이 세상(사회)의
부조리한 일들, 불편한 것들,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긍정적인 관계와 다수의 행복을 위해, 우리를 위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사람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평범한 소시민인 너, 나 우리 모두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일,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하며 함께 할 동료들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도움을 청하기도, 자연스레 동참시키기도, 세일즈맨처럼 설득시키기도 하면서 함께하면 됩니다.
개인의 작은 행동이 다양한 사람의 변화를 이끌게 되고 그 결과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작게라도 사소하게라도 노력하는 시민, 지구인이 되길 바라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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