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책장에 고이 모셔뒀던 벽돌책들을 하나씩 독파해야겠다고 결심한 이후, ⎡코스모스⎦가 그 첫 번째였고 두 번째로 ⎡총. 균. 쇠⎦에 도전했습니다. ⎡코스모스⎦는 재미는 있었지만 그동안 과학 서적을 많이 보지 않았던 탓인지 진도가 많이 느려 완독까지는 3개월 이상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총. 균. 쇠⎦는 그것보다는 이해하기도 쉽고 저랑 더 잘 맞았는지 생각보다는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독서 기록장을 보니 1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네요. 그만큼 제 독서력이 조금 더 성장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죠?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1937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요. 내과 의사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의사가 되려고 의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오래도록 관심을 가지고 있던 새 관찰 때문에 대학교 4학년 때 전공을 생태학으로 바꾸고 대학원에서 생리학을 공부하고, 생리학으로 박사학위도 받고 생리학자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다 새 관찰, 언어학, 생태지리학과 진화생물학에 대한 취미 생활을 계속해가며 결국 뉴기니에 눌러앉아 조류학자가 되었습니다. 뉴기니를 주 무대로 연구를 하면서 결국 문화인류학, 역사학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며 뉴기니인 친구 '얄리'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총. 균. 쇠⎦를 쓰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저서로는 ⎡총. 균. 쇠⎦이전에 이미 세계적인 인기와 명성을 얻게 해 준⎡제3의 침팬지⎦, ⎡섹스의 진화⎦,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등이 있습니다.
⎡총. 균. 쇠⎦ 줄거리와 시사점
⎡총. 균. 쇠⎦ 1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백인들이 들여온 쇠도끼, 성냥, 의약품, 의복, 청량음료, 우산 등의 물건)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총. 균. 쇠⎦의 답변. 인류의 진화, 역사, 언어 등의 다른 여러 측면들에 대해 연구하고 25년이 걸려 답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의 발전은 어째서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인류가 배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섬, 비스마르크 제도의 뉴브리튼섬, 뉴아일랜드섬, 솔로몬 제도의 부카섬 등 인류가 이주하게 되었고 그 시기와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의 대형동물이 대량으로 멸종한 시기가 겹친다고 보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꾸준히 인간과 함께 진화해 온 다른 섬의 동물들은 서서히 인간에 대한 공포심을 진화시킬 시간이 충분했지만 인간을 처음 본 뉴기니의 동물들은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처럼 인간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당했을 수 있다는 것.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남북아메리카에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발길이 닿으면서 대형 포유류는 대부분 멸종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폴리네시아의 얘기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뉴질랜드 동쪽으로 800km 정도 떨어진 채텀 제도의 모리오리족과 뉴질랜드 북섬에서 온 마오리족의 충돌. 마오리족과 모리오리족 두 집단이 모두 1000년 경 뉴질랜드로 이주했던 폴리네시아 농경민의 후손이고, 마오리족의 한 무리가 채텀 제도로 이주하면서 모리오리족이 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마오리족은 점점 더 복잡한 기술과 정치적 조직을 발달시켰고 모리오리족은 점점 더 단순한 기술과 정치적 조직으로 후퇴했다고 합니다. 이 두 섬의 사회가 이렇게 각기 차등적으로 발전한 원인을 파악해 각 대륙의 발전 양상이 서로 달랐던 이유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모델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죠. 모든 폴리네시아인의 궁극적인 조상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문화, 언어, 기술, 동식물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폴리네시아의 역사는 우리가 인간의 적응력을 연구할 수 있게 해주는 자연 발생적 실험인 셈입니다. 채텀 제도의 환경과 뉴질랜드 북쪽 섬의 환경차이로 열대 농작물을 기를 수 없어 수렵 채집민으로 돌아갈 수밖에었던 모리오리족. 그러다 보니 잉여 농산물 저장이 불가하여 군대, 관료, 추장 등이 유지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환경에 따라 변화해 간 모리오리족과 마오리족의 역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정말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폴리네시아의 여러 섬 사회는 결국 하나의 조상 사회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각기 경제적 전문화, 사회적 복잡성, 정치적 조직, 유형 생산품 등이 모두 크게 달랐다는 것.
아타우알파와 피사로의 사건은 세계 각지의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에서 벌어졌던 유사한 많은 충돌을 들여다보고 설명해 줄 수 있는 근대사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손꼽히며 1부에서 기억 남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강력한 정복 요인 말, 쇠 무기, 총, 갑옷. 아타우알파의 패배의 원인에는 천연두의 유행도 있었습니다. 스페인 이주민들이 파나마와 콜럼비아에 도착한 후부터 남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천연두는 후계자도 죽게 하고 내부 분열을 가져오게 됩니다. 상당한 면역성을 가진 침략자들이 면역성 없는 민족에게 질병을 퍼뜨려서 민족들을 몰살시키는, 세계사를 변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는 '균'. 그러나 이 질병은 유럽인의 팽창을 도와주는 일에만 국한되었던 것은 아니고 열대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뉴기니 등지의 각종 질병들은 유럽인들이 그와 같은 열대 지방으로 이주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총. 균. 쇠⎦ 2부 식량 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
"식량 생산은 간접적으로 총기, 병원균, 쇠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선행조건이었다. 그러므로 각 대륙의 민족들이 농경민이나 목축민이 되었느냐 말았느냐, 또 되었다면 그 시기는 언제였는가 하는 지리적 변동은 그 이후 각 민족의 대조적인 운명을 설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119p)"
우리는 흔히 수렵채집민과 농경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그렇지 않을 거라는 의견. 뉴기니의 유랑민들처럼 바나나와 파파야를 심고 떠나서 수렵채집민으로 살다가 몇 달 후에 돌아와 농작물을 확인하고 다시 사냥을 떠나는 등의 생활을 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효율이 좋을 것 같은 식량 생산으로 넘어가지 않고 수렵 채집 활동을 계속했던 것은 오히려 그 효율이 좋았을 수 있다는 것이고, 야생 먹거리가 감소한 후 식량 생산으로 방향을 바꿨을 수 있다는 의견이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눈이 뜨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선택의 방향성을 180도 돌려놓은 농경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야생 상태에서라면 완두콩이 그 콩의 꼬투리에서 벗어나야 진화를 할 수 있는데 인간이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은 꼬투리가 터지지 않고 그대로 달려있는 개체였던 거죠. 돌연변이가 선택된 완두콩 같은 식물은 렌즈콩, 아마, 양귀비 등 종전에는 성공적이었던 유전자가 갑자기 치명적이 되고 반대로 치명적이었던 돌연변이가 성공적으로 바뀌는 문제가 되는 기존의 진화방향과 역행하는 흐름. 잘 모르지만 이 짧은 사례로 진화생물학에 대한 관심도 조금 생겼습니다.
또한 총 20만 종의 야생 식물 중에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은 고작 수천 종에 불과하고 그중에서 현재까지 작물화된 것은 고작 수백 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니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식물의 세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넓은지, 놀라웠습니다. '작물화'와 더불어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가축화'. 비옥한 초승달 지대(현대의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쿠웨이트 북부, 튀르키예 남동부, 이란 서부 등 세계 최초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는 적당한 야생 포유류와 식물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기본적인 경제적 필요(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의류, 견인력, 운송 등)를 두루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논거로 충분해 보였고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가축화된 포유류의 중요성은 그 수가 놀라울 만큼 적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고대 14종 중 중요한 주요 5종(양, 염소, 소, 돼지, 말). 그러나 이 14종이 지구상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던 것도 아니고 유라시아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유라시아 사람들이 총기, 병원균, 쇠를 갖게 된 중요한 한 가지 요인이 되게 되는 것이죠. 유라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덩어리이고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다양해서 광활한 열대우림, 온대림, 사막, 소택지, 툰드라 지대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생식지가 있기 때문에 너무나 유리하다는 것이죠.
"세계 지도에서 각 대륙의 모양과 방향을 비교해 보라. 아주 분명한 차이를 발견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남북아메리카는 남북의 길이(약 14500km)가 동서보다 훨씬 길다. 동서 폭은 가장 넓은 곳도 4800km 정도밖에 안 되고 파나마 지협에서는 64km까지 좁아진다. 다시 말해 남북아메리카의 주요 축은 남북방향이다. 이보다 덜 극단적이지만 아프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와 대조적으로 유라시아의 주요 축은 동서 방향이다. 그렇다면 각 대륙 축의 방향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차이는 인류 역사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260p)"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같은 위도상에 동서로 늘어서 있는 지역들은 낮의 길이도 갖고, 계절의 변화도 같습니다. 그 결과 질병, 기온과 강우량, 생식지 등 비슷한 경향이 있어 식량 생산 등의 전파에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결국 동서 방향이 주요 축인 유라시아 대륙이 아주 유리한 이점을 갖고 있는 것이죠.
⎡총. 균. 쇠⎦ 3부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
"각 대륙의 면적, 인구, 확산의 난이도, 식량 생산의 출발 시기 등에서 나타난 이 같은 차이에 따라 기술 발전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기술은 자가 촉매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라시아는 처음부터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있었지만 1492년에 와서는 엄청나게 앞서게 되었다. 그것은 유라시아 인들의 지능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유리사이의 지리적 요건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뉴기니인들 중에는 잠재적인 에디슨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은 그 천재성을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필요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활용했다. 즉, 축음기를 발명하는 문제보다는 뉴기니의 정글에서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살아남는 문제에 주력했던 것이다. (383p)"
"이 같은 상호 관계들은 각 지역의 인구 규모, 인구 밀도 또는 인구의 압력과 복잡한 사회가 형성되는 일 사이에는 분명히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호 관계만으로는 복잡한 사회를 탄생시키는 인과관계의 사슬에서 인구라는 변수가 정확히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할 길이 없다. 그러므로 그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우선 조밀한 대규모 인구가 발생하게 된 배경부터 다시 상기하기로 하자. 그다음에는 이 같은 대규모 사회가 단순한 형태로 유지될 수 없었던 까닭을 살펴보자.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째서 지역 인구가 증가할수록 단순했던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411p)"
식량 생산이라는 궁극적인 원인이 어떻게 병원균, 문자, 기술, 중앙 집권적 정치 체제 등의 직접적 원인을 낳았는지 살펴보는 챕터였습니다. 식량 생산을 통해 인구가 증가하게 되고 그 많은 인구들이 서로 교류하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중요한 발명품 등이 탄생하게 됩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곳일수록 창의성이 커진다는 이야기는 '알쓸시리즈'에서 유현준교수도 몇 번 언급했던 내용이라 더욱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현재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생각하는 인쇄기, 유리, 증기 기관, 자동차 등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그 전의 발명품들을 점점 개량하고 발전시켜 나간 형태로 나타난 것들이고 이것들은 필요해서 발명한 것이 아니라 물건을 발명해 놓고 그 쓸모를 그 시대에 맞춰 찾아간 것들이 많다는 점이 재미있던 포인트였습니다. 심지어 휘발유도 19세기 화학자들은 쓸모없는 폐기물로 간주해 내버렸지만 나중에 이것이 내연기관의 이상적인 연료라는 것이 밝혀지며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하죠. 결국 발명은 시대의 흐름과 잘 맞아야 결국 그 빛을 보게 된다는 것.
식량 생산과 인구 변수와 사회적 복잡성 사이의 관계는 무엇이 먼저냐 라기보다는 자가 촉매 작용에 의해 서로 자극하는 관계라는 것이 이 챕터의 결론이었던 것 같습니다.
⎡총. 균. 쇠⎦ 4부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 과제와 방향
"더욱이 오스트레일리아는 건조하고 척박하여 종잡을 수 없는 기후 때문에 수렵 채집민들의 인구는 수십만 명 수준을 넘지 못했다. 고대 중국이나 중앙아메리카의 수천만 인구와 비교했을 때 오스트레일리아의 이 같은 인구 규모는 잠재적인 발명가의 수가 훨씬 적었다는 뜻이며 새로운 발명품을 받아들여 실험하려는 사회의 수도 훨씬 적었다는 뜻이다. (466p)"
"태즈메이니아와 이들 세 섬들은 세계사에서 폭넓은 의미를 갖는 하나의 결론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이것은 겨우 몇백 명 정도의 인구로는 완전한 고립 상태에서 영원히 존속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다. 인구가 4000명이라면 10000년 정도는 생존할 수 있었지만 문화적 손실이 상당히 많았고 발명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피해가 상당히 컸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물질문화는 극히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469p)"
결국 그 문명과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구수'라는 변수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
그리고 3부의 내용도 이어져 반복되는 부분도 있었던 4부.
유라시아가 결국 아메리카대륙보다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유리할 수밖에었던 다섯 가지 분야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첫째, 1492년 유라시아는 구리, 청동, 철 등을 이미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아메리카의 몇몇 지역에서는 구리, 은, 금, 합금 등이 장신구로 사용될 뿐 도구의 주재료는 돌과 나무와 뼈였다는 것. 둘째는 군사 기술. 유럽의 주된 무기는 강철로 만든 칼, 창, 단검 등이었으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강철 대신 돌이나 나무로 만든 곤봉과 도끼를 사용하였고 게다가 말에 필적할만한 동물이 없었습니다. 셋째, 기계를 움직이는 동력 공급원의 차이. 흔히 '산업혁명'이 18세기 영국에서 증기력을 이용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일 뿐이고, 사실 산업 혁명은 수력과 풍력을 기반으로 중세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1492년 당시 유라시아에서 동물, 물, 바람의 힘을 이용하던 그 모든 작업들을 남북아메리카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근력만으로 해내고 있었다는 것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네 번째는 바퀴입니다. 유라시아에서 대부분의 육상 운송에 바퀴가 이용되었으나 남북아메리카에서는 바퀴를 이 같은 용도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해상 운송. 대형 범선을 이용했던 유라시아. 뗏목에 비해 월등할 수밖에 없었겠죠. 이처럼 콜럼버스 시대에 이미 유라시아 사회는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 비하여 식량 생산, 병원균, 기술, 정치 조직, 문자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크게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생태적 장애물에 대한 부분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생태적 장애물 중에서 파나마 지협은 중앙아메리카 사회와 안데스 및 아마존강 유역 사회 사이를 갈라놓았고, 멕시코 북부 사막들은 중앙아메리카와 미국 동남부 및 서남부 사회 사이를, 텍사스 주의 건조 지역은 미국 동남부와 서남부 사이를 각각 갈라놓았다. 미국의 태평양 연안 지방은 식량 생산에 적합한데도 사막이나 높은 산에 가로막혀 접근할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신세계의 중심지였던 중앙아메리카, 미국 동부, 안데스 및 아마존강 유역 사이에서는 가축, 문자, 정치적 단위 등의 확신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농작물이나 기술의 확산도 제한적이거나 매우 느렸다. (543p)"
마지막으로 잊을 수 없는 체체파리. 적도 아프리카의 체체파리는 트리파노소마를 옮기는데, 아프리카의 토종 야생 포유류는 저항력을 갖고 있어서 괜찮았지만 새로 들어오는 유라시아 및 북아프리카의 가축들에게는 치명적이라 소는 적도 부근의 삼림 지대를 통과할 때 사라남지 못했고, 말은 체체파리가 서식하는 지역을 통과하여 남하하지 못했으며 결국 소, 양, 염소는 세렝게티 평원을 넘어 남아프리카에 도달하는 데에 2000년 이상이 걸렸다는 이야기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환경적인 한계 때문에 농작물, 가축 등의 확산이 어려웠고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식과 지능의 차이가 아니라는 결론을 너무나 논리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에필로그
"얄리의 질문은 인류가 처한 현 상황 및 홍적세 이후 인류사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이제 지구상의 대륙들을 훑어보는 짧은 여행을 끝마친 지금, 우리는 얄리에게 어떤 대답을 해주어야 할까? 나 같으면 얄리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각 대륙의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크게 달라진 까닭은 그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592p)"
리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정말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책이어서 흥미롭게 잘 읽혔습니다. 여러 대륙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지식의 차이가 아닌 지정학적 위치, 그 세부적인 지형과 기후 등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다양한 자연적인 이유로 인류의 역사는 흘러왔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 기술 발전을 이룬 지역으로 나뉘게 되었다는 점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과이기도 하죠. 이런 배경을 토대로 다양한 국가들, 문명들의 성장 속도와 기술의 차이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종차별적으로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자괴감에 빠진 소수 민족, 인디언 등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도 아팠습니다. 좋은 땅에 태어난 덕분에 문명과 기술을 누리고 상대적으로 쉽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겸손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총. 균. 쇠⎦의 배경지식을 토대로 ⎡지리의 힘 1,2⎦로 넘어가며 각 국의 역사에 지정학적 위치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더욱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세계지리를 깊이 있게 읽어나가니 재미가 있고 지도를 함께 보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들 한 번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독서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_22.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독서 리뷰 (0) | 2023.10.01 |
---|---|
2023_21. 박찬일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 세월과 내공이 빚은 오리진의 힘" 독서 리뷰 (1) | 2023.09.24 |
2023_19. 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독서 리뷰 (1) | 2023.09.12 |
2023_18. 김훈 "하얼빈" 독서 리뷰 (1) | 2023.09.02 |
2023_17.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독서 리뷰 (1) | 2023.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