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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2023_18. 김훈 "하얼빈" 독서 리뷰

by 호수의백조 2023.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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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얼빈'으로 안중근을 경험하고, 넷플릭스에 마침 최근에 올라온 '영웅'으로 더욱 가슴이 뜨거워지고 싶은 마음에 두 콘텐츠를 연달아 감상했습니다. 책과 영화로 같은 주제의 콘텐츠를 경험하며 깊이 있게 기억에 새겨두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소설도 영화도 모두 픽션이기에 100%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고 가공된 설정들도 있었겠지만 두 콘텐츠의 설정이 너무 달라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이토는 개인 일정으로 하얼빈에 간 건지, 공식적으로 야욕을 품고 방문한 것인지 등 너무 간극이 커서 갸우뚱했습니다. 실제 역사는 제가 직접 더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겠지요.

 

두 시간 정도의 영화를 보다 보니 오히려 대척점에 있는 소설 속의 안중근이 더욱 빛나 보였습니다.

김훈작가는 운명처럼 안중근의 이야기를 받아들였지만 흔한 클리셰가 가득한 이야기로 남게 두기는 누구보다 싫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담백하게 남겨준 김훈작가님의 글을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민족의 자유, 신분제 철폐, 민주주의 등 근대화의 역사가 매우 급진적이고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졌는데 우리는 경제적 성장과 마찬가지로 이 의식적인 부분까지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짧은 시간에 정점을 향했고, 그것을 이루어냈습니다. 근대화의 짧은 역사, 그리고 식민 시대 안에서 짧았지만 의식을 깨어내어 자유를 주장한 우리나라가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읽었던 한국 사람들의 심리를 따로 떼어내어 분석했던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 더욱 공감되고 와닿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제목이 지금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책장 깊숙이 찾아보고 확인하면 다시 글을 수정해야겠네요. 

 

김훈 작가

전직 기자이면서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작가 김훈은 1948년 5월에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경향신문의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김광주의 아들로 태어난 김훈은 1973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사회부 기자로 사회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등 다수의 언론사를 거치면서 기자로 활동했고 소설가가 되기 전 쓴 사표만도 7번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1986년 3년 동안 한국일보에 연재한 여행 에세이를 묶어서 낸⎡문학기행⎤이 첫 책이고 이후 1994년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을 시작으로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생활 중 재미있고 유명한 일화는 당시 장길산은 연재하던 황석영의 담당 기자였는데, 황석영이 원고 펑크를 내면 주로 김훈기자가 지난 줄거리 요약을 써서 땜빵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주된 업무는 원고 펑크 내고 튄 황석영 잡아오기였다고도 하죠. 

김훈작가는 2001년 칼의 노래를 통해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꾸준히 새로운 작품들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김훈작가의 책에 대해 리뷰를 쓰려고 돌아보니, 김훈 작가의 책을 제법 읽었다고 생각한 제가 미천하여 부끄럽네요.

 

⎡칼의 노래⎤

⎡개,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하얼빈⎤

⎡자전거여행⎤

⎡라면을 끓이며⎤

 

안중근(1879년 9월 2일 ~ 1910년 3월 26일)

안중근의사의 유해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입니다. 현재 안중근 매장 지역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둥사포, 원보산, 뤼순감옥 박물관 부지 등 3곳이지만 2008년 남북 공동으로 진행한 발굴사업에도 결국 유해를 찾지 못했고, 뤼순 주변은 대부분 1930년대 이후 여러 차례 개간되어 1910년대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사실상 그의 유해가 고객으로 돌아오기는 아주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2019년 5월 기독교 묘지에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옮겼다는 당시 러시아 언론의 기사가 발견되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하니 조금 기대하며 기다려봐야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두려움은 못 느끼듯이 느끼게 해야만 흠뻑 젖게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돈 가진 자들은 세계정세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한유한 선비의 풍류처럼 말했다. 동북아와 구미 열강의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안중근에게 허황된 사업을 도모하지 말고 조선으로 돌아가 시골에서 작은 학교라도 차려서 교육으로 백 년 앞을 준비하라고 충고하는 자들도 있었다. 충고는 간곡했다. 안중근은 지금 당장과 연결되지 않는 백 년 앞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백 년 앞을 내다보라는 충고가 얼마나 공허하게 들렸을지. 당장 나라의 앞 날이 불투명한데 백 년 앞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마음이 너무 공감되었습니다. 그러나 참혹하고 무서운 현실에서 그 와닿지 않는 충고를 이해하는 듯이 행동하는 지식인들도 많았을 테고, 그것이 비겁하다고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도 분명 의미가 있고 용감한 선택입니다. 그냥 각자 자신의 신념과 성격에 맞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살아내는 것이 그 당시의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우리 지혜로운 선조들의 모습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뻐근해졌습니다.

 

"이토를 살려놓고 이토를 죽이는 이유를 이토에게 말해주었으면 좋았겠는데 이토가 죽었다면 이토를 죽인 이유를 이토에게 말해줄 수가 없겠구나. 메이지는 이토가 총을 맞은 이유를 알고 있을까. 이토가 죽었다면 이토 없는 세상에서 이토를 죽인 이유를 말해야 하지만, 그 세상은 이토가 만들어놓은 세상이므로 내 말을 알아듣기가 어렵겠구나. 이토가 죽었다면, 총알을 맞고 나서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 왜 총에 맞았는지 알았을까? 그것까지 알 수는 없었더라도, 총을 쏜 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알고 죽었을까. 이토가 죽었다면, 그것을 물어볼 길이 없겠구나.

이토가 죽지 않고 병원으로 실려가서 살아났다면, 이토의 세상은 더욱 사나워지겠구나. 이토가 죽지 않았다면 이토를 쏜 이유에 대해서 이토에게 말할 자리가 있을까. 세 발은 정확히 들어갔는데, 이토는 죽었는가. 살아나는 중인가. 죽어가는 중인가."

내 뜻이 이토에게 가 닿은 채로 그가 죽었으면 하는 그 마음이 너무 절절하고 공감되었던 대목.

 

"-나는 헛된 일을 좋아해서 이토를 죽인 것이 아니다. 나는 이토를 죽이는 이유를 세계에 발표하려는 수단으로 이토를 죽였다. ...... 이제부터 그 사유를 말하고자 한다.

마나베는 더 이상 재판을 공개하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다고 선언하고 방청객에게 퇴정을 지시했다. 변호사가 마나베에게 안중근의 의견을 서면으로 접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나베가 안중근에게 말했다.

- 그대의 정치적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면 어떤가?

- 나는 말하기 좋아서 여러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거사는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다. 공개를 금지한 이상 진술할 필요는 없다.

- 앞으로도 진술하지 않겠는가?

- 방청객이 없으면 진술하지 않겠다.

- 그렇다면 앞으로 진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를 지금 진술하라.

- 나의 목적은 동양 평화이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간 된 자는 이것을 위해서 전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토는 통감으로 한국에 온 이래 태황제를 폐위시키고 자기 부하처럼 부렸다. 또 타국민을 죽이는 것을 영웅으로 알고 한국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십수만 한국 인민을 파리 죽이듯이 죽였다. 이토, 이자는 영웅이 아니다. 기회를 기다려 없애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하얼빈에서 기회를 얻었으므로 죽였다."

거사를 치르고 난 후 이토를 죽인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안중근의 모습에서 내 앞날에 대한 안타까움, 두려움 등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단호한 결심만 느껴졌습니다. 그의 차가운 기개가 법정에서 방청객들에게 다 전해져 모두의 마음이 차가우면서도 뜨거워졌을 것입니다. 안중근은 이 사건으로 결국 사형을 선고받고 한 줌의 재가 되었으나 확실히 그의 기개와 정신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이어져 지금까지도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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