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리뷰

2023_21. 박찬일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 세월과 내공이 빚은 오리진의 힘" 독서 리뷰

by 호수의백조 2023. 9. 24.
반응형
반응형

지금처럼 먹방, 요리방송 등이 많아지기 전부터 올리브 TV를 챙겨보며 요리에 관심을 갖고, 재미있어하던 저는 박찬일 셰프의 글도 꼭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참 오래 걸려서 박찬일셰프의 책을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자 박찬일, 그리고 감상평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찬일셰프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기자생활을 하다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고 셰프가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다양한 방송에서 꾸준히 한국의 노포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를 꾸준히 알리는 일에도 일조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인 듯합니다. 우리나라의 노포를 소개하고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우리나라의 음식 역사를 어떻게 이어 갈 것인지, 어떤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인지, 음식 문화를 사랑하는 손님으로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식당을 가면 좋을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에세이였습니다. 

 

"우리는 왜 '영화배우 신성일이 엄앵란과 데이트한 불고깃집'이라는 기억을 세습하지 못하는가. '소설가 김훈이 기자 시절 마감하고 해장국을 먹던 집'을 공유하지 못하는가. 아니, 우리 아버지가 다니던 식당과 뒷골목 술집이 어디인지조차 알지 못하는가."

 

"청진옥 정도 되면, 그것은 영업 행위를 하는 일개 가게의 의미를 넘어선다고 필자는 믿는다. 도쿄와 런던, 밀라노와 파리에 있는 노포들이 영업장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그 자리에 머물렀던 수많은 묵객과 예술인, 정치인, 철학자의 역사로서 그 가게들은 도시와 국가의 상징이 되었다. 사르트르가 토론하던 카페, 헤밍웨이가 한잔 하던 술집...... 도시는 그런 자리를 '판다'. 우리도 외국에 가서 그런 곳에 비싼 값을 치르고 들른다. 박태원의 단편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는 허다한 역사 장소가 나온다. 설렁탕집으로는 대창옥이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식당의 위치만 짐작할 뿐, 가볼 수 없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계테마기행'이나 '걸어서 세계속으로'등의 여행 프로그램에서 과거 유명인사가 사랑했던 장소 등이 아직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으며 부러워할 때가 많았습니다. 우리는 왜 그런 장소가 없는지..! 그러나 생각해 보면 작은 영토 안에서 전쟁을 겪었고 그렇게 폐허가 되어봤던 곳에서 그런 것을 바란다는 것이 염치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역사는 쌓아갈 수 있으니, 저는 즐기기 어렵겠지만 훗날 미래의 젊은이들이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는 장소를 향유하길 바랍니다. 

 

"냉면집에 대해서 우리는 언제부터 그리 말들이 많았을까... 

어느 냉면집이 값이 싸고 소고기를 쓰지 않는다며 마이너로 분류한 어떤 글을 보았는데, 이는 스스로 냉면에 대한 무지함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물론 우리는 모두 개인적이며 일방적인 존재다. 그건 음식에 있어서도 그렇다. 당신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해 자부하라. 필자는 그렇게 말한다. 음식은 한 사회의 반영이다. 거기에 선과 악은 없다."

 

비단 평양 냉면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취향에 대해 가치평가를 하는 언행들을 많이 듣고 보게 됩니다. 와인, 위스키 등 유행하는 음식에 대해 그런 상하의 급을 나누고 평가하는 태도는 타인의 취향을 폄하하는 좋지 못한 태도이기도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문화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 같습니다. 더욱 지양하고 주의해야 할 태도이니 저도 항상 조심해야겠습니다.

 

책에 나오는 식당들 모두 가보고 싶지만, 다양한 시공간의 한계 등으로 가장 가고 싶은 곳을 몇 군데만 뽑자면,

저는 대구 상주식당과 서울 이북만두, 제주 광명식당, 부산 마라톤집, 포항 제일국수공장 이렇게 5군데가 가장 기억에 남고 나중에 꼭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방문하고 싶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