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의 정보과학기술대학 전자 및 전기공학과의 교수로 재직 중인 김대식교수의 빅퀘스천을 소개합니다. 2014년 12월에 출간된 이 책은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김대식교수의 두 번째 저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31가지 주제에 대해 김대식교수의 생각을 정리한 책입니다. 31가지의 질문은 삶, 정의, 만물의 법칙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묶여 정리되어 있습니다.
삶은 의미 있어야 하는가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하여 영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김대식교수는 10개의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배움이 아직 미천하고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들이라 쉽게 읽혀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주제에 대해 깊이 돌아볼 수 있을까 싶어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 내려갔습니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몇 구절 기억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 상대성이론이 완성되고 몇 년 후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깊이 파악해보니 한 점에 불과했던 것에서 약 137억 년 전 빅뱅이라고 불리는 대폭발이 일어나며 우주가 탄생했다는 이론이 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론을 접한 1951년 교황 바오 12세가 창세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근거라고 선언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과학과 종교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과학과 종교가 만나지는 순간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고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약 1,000억 톤의 탄소를 필요로 하는데 그 중 5억 톤 정도만 우리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생산이 되고 나머지는 죽은 생명들의 시체를 재활용해 만들어진다고 하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다른 책에서도 한번 봤던 내용이었지만, 이렇게 삶과 죽음이 이어지고 맞닿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우리는 왜 정의를 기대하는가
진실은 존재하는가부터 시작하여 가축은 인간의 포로인가로 이어지는 또 다른 분야의 10가지 질문들이 있습니다.
이 파트에서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신화에 왜 그렇게 우리나라 막장드라마 같은 포인트들이 많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세상에 모르는 일들 투성이었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등의 혼란스러움을 이겨내고자 인간은 이해할 수 없었던 자연현상에 보이지는 않지만 익숙한 존재들을 연결시켜 마음의 평화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알 수 없는 현상들의 원인을 신들의 성격 탓으로 돌리며 신들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며 이해하고 살아갔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배경을 알고 나니 충분히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업튼 싱클레어의 '정글'에 대한 에피소드도 재미있었습니다. 비인간적인 식육공장의 생태를 리얼리즘 수법으로 담아낸 소설을 발표한 싱클레어가 절망한 이야기입니다. 자본의 무자비한 횡포와 노동자의 탄압을 폭로하려고 소설을 발표하였으나 책이 출판된 지 4개월 만에 식품의약품위생법과 육류검역법이 제정되었고 식품의약국FDA가 설립된 결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싱클레어는 대중의 머리를 자극하고 싶어 이 작품을 썼는데 결국 대중의 비위만 건드렸다고 절망했다고 합니다.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고자 했는데 결국 스테이크의 품질만 높이게 되었다는 싱클레어의 이야기가 안타까우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삶은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만물의 법칙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지막 파트는 인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인간이라는 존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으로 끝나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점점 발달하고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오는 이 시점에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들인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특히 과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모라베츠의 주장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듯, 인간보다 우월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거라는 말입니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되며 인간과 구분 짓기 어려워지고 결국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을 위협하게 되거나 인간을 대체하게 될 거라는 불안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나 영화도 제법 많이 있는데, 결국 그런 불안이 현실화될 거라는 모라베츠의 주장이 다른 사람도 아닌 로봇공학자의 의견이라 더욱 무섭기도 하고 당연한 말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대목, 인간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 마무리 되는 기계와 인간의 대화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인간은 왜 행복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왜 인간이 존재해야 하는지 기계가 물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섬뜩하기도 한 이 대화를 끝으로 책을 덮고 나서 이 책에 나온 인공지능, 로봇 등의 전문가들이 인간이 기계에 정복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잠깐 넋이 나간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이라는 지구의 정복자 존재 의미에 대해 궁금해할 수 있고, 우리는 그에 대해 아름답게 포장할만한, 기계의 차가운 두뇌가 이해할 만한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숙연해지고 지구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인간성을 회복하고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우리를 품어주는 자연을 아끼고 고마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상평
이 책에 있는 많은 지식을 흡수하기에 많이 부족하였지만 좋은 독서였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는 비일상적인 주제들에 대해서 깊은 생각은 못했지만 한 번 훑고 지나갔다는 만족감도 있고 앞으로 틈틈히 이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한 나만의 답안들을 채워나가 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일'이라는 나라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일상속에서 지인들과 철학적인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다는 독일 사람들의 문화에서는 이런 주제의 대화가 자주 오고 갈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생각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되고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를 쌓기 위해 스스로 더욱 공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런 노년, 미래를 꿈꿉니다. 철학은 아직 너무 어렵지만 철학자는 참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개념에 대해 스스로가 정의를 내리고 그 근거를 제시하는 철학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서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_06. "마흔에 읽는 니체" 독서 리뷰 (0) | 2023.05.28 |
---|---|
2023_05. "수학자들 -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 독서 리뷰 (1) | 2023.05.25 |
2023_04. "호밀밭의 파수꾼" 독서 리뷰 (1) | 2023.05.23 |
2023_03. "인생학교 |세상| :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 독서 리뷰| (1) | 2023.05.22 |
2023_02. "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독서 리뷰 (1) | 2023.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