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책을 보다가 혹은 팟캐스트나 다른 글, SNS 등 다양한 곳에서 재밌는 책이라고 추천해 주거나 리뷰가 흥미로운 책들은 그때 그때 핸드폰 메모장에 책 제목이나 작가를 적어둡니다. 그리고 나중에 책을 사러 서점에 가거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을 때 해당 책을 검색하곤 합니다. 그렇게 제 도서목록에서 오랫동안 자리했던 ⎡명랑한 은둔자⎦. 왠지 마음이 동하여 추석 연휴 전에 책을 빌리고 연휴에 읽어보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가을답지 않았던 2024년 초가을, 캐럴라인 냅과 처음 만났습니다.
캐럴라인 냅(Caroline Knapp)
1959년 11월 ~ 2002년 6월, 저명한 정신과 의사 Peter H.의 딸로 태어난 캐럴라인 냅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자랐고 브라운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녀는 1988년 ~ 1995년까지 보스턴 피닉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그렇게 미국의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일 한 캐럴라인 냅은 솔직한 회고록 ⎡드링킹 : 그 치명적 유혹 (Drinking : A Love Story)⎦을 1996년 출간하며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스스로의 삶을 '고기능 알코올 중독자'로 묘사하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몇 주 동안 머무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녀의 알코올 중독 투쟁기를 담은 책으로 이 책을 통해 국내에도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습니다. 지적이고 유려한 에세이를 쓰는 작가로 이름을 알린 캐럴라인 냅은 그 후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Pack of Two)⎦,⎡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명랑한 은둔자⎦등 사후까지 책이 출간되었고, 아쉽지만 이제 그녀의 새 책은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녀는 2002년 6월 폐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우선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공감가는 문장도 많았던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사서 다시 한번 밑줄 시원하게 그으면서 봐야겠다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내 가까운 친구 같기도 하고 나 같기도 하다는 옮긴이의, 다른 이들의 평에 저도 너무나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지만 최애 작가로 단숨에 등극한 캐럴라인 냅. 그녀의 신간은 더 이상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하지만 그녀의 책 몇 권을 서가에 꽂아두고 가끔 외롭거나 친구랑 대화를 하고 싶은 기분일 때, 몇 문장 읽으면 한결 위로받은 느낌이 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책으로 다시 한번 머리에 각인된 번역가 김명남 님. 이번이 김명남 번역가님의 첫 책은 아닌데 캐럴라인 냅의 책을 보며 비슷한 마음을 느꼈다는 동질감으로 더욱 친밀해진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명랑한 은둔자⎦속 좋았던 구절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19p)
혼자라는 사실이 본질적으로 안타까운 상태인 양,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면 당연히 취하지 않을 상태인 양 가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잘못된 시각이다. (42p)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타인의 애정이란 내가 얻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 사랑받으려면 시험을 통과하고, 지적 후프를 뛰어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여겼어. 그러니 그저 존재하기만 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것도 깊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너를 통해 알게 된것이 내게는 놀라운 일이야. (94p)
희석된 고통은 직면한 고통과 결코 같지 않다. 술과 자신감의 방정식, 술과 불안의 방정식도 마찬가지다. (155p)
술 없이 살아가는 일은 갈수록 쉬워진다. 그리고 살아가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194p)
중독은 우리를 보호해줄지 몰라도 성장을 저지한다. (224p)
"평범해지는 건 즐거운 일이더라고요." 그는 말했다. "실수할 수 있는 인간, 복잡한 감정과 흠과 결함을 갖고 있는 인간이 되어도 된다는 게 얼마나 안도감을 주는지 몰라요."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묵묵히 끄덕였다. 멋진 이야기였다. (288p)
좋았던 문장을 다시 들춰보니 다시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정말 좋았나 봅니다.
캐럴라인 냅의 다른 책은 아껴보려고 내년으로 조금 미뤘어요. 호평을 받은 그녀의 책 ⎡드링킹⎦도 내년 초에 보고 찐한 독서 리뷰를 남겨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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